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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노랫말

눈길 산책

 

 

눈길 산책

 

백지의 세계에선 누구나 백치 된다니

눈 쌓인 길 걸으며 생각을 비워볼까나

해탈은 못 할지라도 철학잔 될 것 같아

눈이 오면 뛰쳐 나가 동심을 찾아보자

 

 

 

 

눈 내린 산책로엔 간밤의 흔적이 숨어

하나둘 찾으면서 발걸음 수 잊게 되고

저절로 채워지는 책장의 빈 노트에는

가식을 벗어버린 알몸이 들어 있구나

 

 

 

 

하얀 눈 밟을 때는 뽀드득 소리 났는데

이제는 안 들리는 어릴 적 옛날이야기

흙 위에 쌓여 있는 그런 눈 아닐지라도

마음으로 들어보자 눈 요정 합창 소리를!

 

 

 

신제주에 조성된 한라수목원의 산책길은 화려하지도 소박하지도 않다. 시끌벅적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적막을 나타내는 고요함도 없다. 늘 적당함이 자리 잡은 곳이라 할 수 있다. 겨울철 눈이 오면 노루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을 벗겨내고 풀을 찾는 모습이 보이며 이따금 지나가는 주민들의 생기있는 호흡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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