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야생화
2024. 9. 29.
바짓단 잡는 수크령
바짓단 잡는 수크령 새벽녘에 주변의 모든 정기를 빨아들여 씨앗을 맺고 아침 햇살을 배경 삼아 패션쇼를 하던 모습도 그렇고 저녁 황혼 빛에 반사되는 수크령의 흔들림이 보이면 가을 하늘이 어느 정도 익어가고 있나 알 수 있단다 이 풀로 매듭을 지어 계집아이 골탕먹이려 했었는데물동이를 이고 가던 아주머니가 발에 걸려 넘어지면당황스러워 어찌할 줄 몰랐던 옛길의 그림도 나온다 풀을 엮어 적장의 말을 쓰러뜨리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해은혜에 보답했다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자손 번창 명분으로 등산객의 양말목과 바짓단에 붙어근질근질 따끔따끔 성가시게 하는 존재로 더 알려졌다 종이도 먹는 식성의 염소도 이 풀만은 먹기 싫어하고사냥개의 목을 타고 들어가 동물병원 수입만을 올려주는천덕꾸러기 신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