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거울
칙칙한 돌이 거울이 될 수 있을까
바위를 도끼로 깬 후 조각을 큰 칼로 갈아내고
풀과 나무로 닦고 또 닦고
반질반질
그런데 왜 얼굴이 안 보인다냐
돌 거울에 작은 초승달도 안 들어가 있는데
어찌 마음을 비쳐 볼 수 있으랴
세상의 이치는 돌 속에서 또 어떻게 알아보랴
무심한 돌
가만히 있는 둘에게 왜 자꾸 시비를 거는가
돌이 거울 되는 것은 아주 쉽다
물 한 방울이라도 담기면
바람만 가까이 와 주지 않을 땐 조용한 거울이 되어
얼굴 비춰준다
자신 있게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