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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가을 오징어

 

 

오징어 먹기

 

살아 있는 것 

무자비하게 칼로 썰어대면 꿈틀거리는 오징어회 

 

 

 

 

죽은 듯싶으면

팔팔 끓는 물에 풍덩 집어넣었다가 꺼내 씹으면 오징어 데침

매운 고춧가루로 고문하면 오징어 무침

그 정도로는 안 된다며 프라이팬에다가 마구 괴롭히면 오징어 볶음

 

 

 

 

오래 먹으려 냉동실에 꽝꽝 얼려 놓곤

따뜻하게 해주겠다며 온갖 이물질과 합쳐 끓이면 오징어 탕국

옷을 입혀주겠다며 숨통을 막으면 오징어전

무서운 기름에 튀기면 오징어 튀김

 

 

 

 

무슨 예술을 하고 진미를 창조한다면서

배에다가 이상한 물건 꽉꽉 채워 내놓으면 오징어 순대

가늘게 찢어서 긴 존재들과 마구 엉클어 놓으면 오징어 잡채

영원히 살게 해주겠다며 염장하니 오징어 젓갈

하다 하다 할 것 없으면 돼지고기와 엮어서 오삼불고기

 

 

 

 

아니다 아니다

복잡하게 할 것 없이 그냥 반만 말려서  한치로 마구 찢어 먹지 뭐

이상한 냄새가 그리우면

가을날에 살짝 구워서 군 오징어로 먹어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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