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이 서 있는 곳
탑은 무너지면 안 된다고 하던데
꼭 넘어질 곳에 서 있다
그것도 흙이나 나무로 만든 탑이 아니고
가장 단단한 돌로 쌓은 탑은
더욱 쉽게 쓰러지련만
작은 새가 조심한다고 해도
개미가 모래 한 알만 빼내도 붕괴하고
바람의 치맛단이 스쳐도 넘어지며
천둥소리엔 놀라서 저절로 까무러치는
위험을 즐기는가
그래서 그런지 돌탑은 쓰러질 곳에 서 있다
비바람 가리는 실내는 안 되고
바닷가나 산꼭대기 또는 광활한 벌판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인간의 작은 소망을 위해 봉사활동 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