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걷기
머릿속의 하얀 빈 노트에
무엇을 채워 넣을까
눈 위에 새겨진 발자국에서 역사를 찾을 수도 있으련만
역시 무념무상은 어렵다.
겨울 산책
알몸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민망스런
그래도 진정성 있고
가식을 벗어버린
겨울 길
걸어가노라면
내 마음도 백지가 된다.
<눈길 산책은 조심스럽게>
눈길 산책
백지의 세계에선 누구나 백치 된다니
눈 쌓인 길 걸으며 생각을 비워볼까나
해탈은 못 할지라도 철학잔 될 것 같아
눈이 오면 뛰쳐 나가 동심을 찾아보자
신제주에 조성된 한라수목원의 산책길은 화려하지도 소박하지도 않다. 시끌벅적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적막을 나타내는 고요함도 없다. 늘 적당함이 자리 잡은 곳이라 할 수 있다. 겨울철 눈이 오면 노루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을 벗겨내고 풀을 찾는 모습이 보이며 이따금 지나가는 주민들의 생기있는 호흡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