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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논바닥의 소엽풀

 

 

 

 

 

논바닥의 소엽풀

 

                                             유유

 

 

논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어대던 새댁

그랬다

갈라진 다랑논에 물이 찰 때까지

몸으로 물꼬를 막고 있었던 그 억척스러움이

방앗간의 낱알이 되었다

 

 

 

 

 

 

 

 

 

물이 없으면 논이 아니라 밭이라고 했기에

논엔 아낙의 눈물이 가득 넘실거리고

한숨이란 거름이 벼 이삭을 패게 하였는데

그런 사연을

논바닥의 소엽풀이 꼼꼼히 기록해 놓은 사실을 알까

 

 

 

 

 

 

 

 

 

논두렁에 찬바람이 스쳐 지나갈 땐

메뚜기도 떠나고

우렁이는 흙 속으로 몸을 슬며시 숨기고 있지만

소엽풀만은 작은 꽃 피워

농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 아부지가 6·25전쟁 끝 무렵 징집되자 20대의 울 엄닌 충청도 산골 밭 몇 뙈기와 논 세 마지기로 생계를 꾸려나갔는데

가뭄이 들어 다랭이논이 말라가자 아래 논의 힘센 농부가 물꼬를 계속 자기네 논으로 트기 때문에

작은 논에 물이 찰 때까지 온종일 몸으로 논두렁 물꼬를 막고 있었다던

엄니 넋두리가 생각나서 적어본 것이랍니다.

 

 

 

 

 

 

 

 

 

소엽풀; 논바닥이나 물가 등 습지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높이 2025cm로서 가지가 거의 없는데 잎은 마주나거나 돌려나고, 타원형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911월에 피고 백색이며 잎겨드랑이에서 1개씩 나오는데 향기가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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