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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올레직이였던 정주석






올레직이였던 정주석/유유


말 한 마리가 올래 입구에서 서성거리며

고민을 한다

정낭이 없어졌으니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도

정주석은 남아 있기에

옛 전통을 무시할 수 없어 망설이는 모양


정낭을 걸기 위해 정주석이 세워졌는데

나무로 만든 정낭은 삭아서 흙으로 돌아갔건만

돌로 된 정주석은 여전히 올레 지기 되어

말의 출입을 감시하니

접근했던 말은 정주석에 붙은 이끼나 핥아먹다 간다


정낭 없는 정주석은 언제까지 서 있어야 하는가

놀 거리로 사용했던 아이들은 학원 가느라 바쁘고

지나가던 나그네 걸터앉아 줄 일도 없어지고

바람조차 무시하고 돌아가는 세상에선

그냥 다시 돌로 돌아가고 싶을 터


그렇지만 이미 뚫어진 구멍은 또 어찌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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