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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밀밭의 바람





밀밭의 바람/유유

 

길고 긴 웨딩드레스 입었는가

바람의 치맛자락은

솜털처럼 가벼워 누르는 힘 없건만

저절로 웨이브 만들어 낸다

 

아직은 푸르른 청춘이라

도시엔 구렁이도 없고 여우도 없다

까투리가 알 낳아놓고

소리 없이 기어가는 모습만이 아른거리는 밀밭

 

바람은 정말 발자국 없을까

걸어가는지 뛰어가는지 뒹굴며 가는지

분명 지나가는 모습 보이는데

가고 나면 허망하다


바람의 정체를 알고 싶어

밀밭에 덫을 놓고 온종일 기다렸건만

걸려들지 않으니

덫이 중국산 짝퉁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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