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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제주수선화


<제주수선화가 피기 시작했네요>

버얼~써






水仙花(수선화) 

                                   歸之軒 金淳宅

 

途邊隙磧 動生 노변이나 돌틈에도 생명이 자라는지

도변격적동생다

蕙葉靑蔥 躍舞 청파 같은 난이파리 너풀너풀 춤추네

혜엽청총약무파

白雪中花 偏艶艶 흰눈 가운데 꽃이 피니 자태 한결 고운데

백설중화편염염

仙葩至賤 虛心 신선의 꽃이라도 지천이면 그냥 지나치지

선파지천허심과

風搖雨洗 鮮明倍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씻겨도 더욱 선명하여

풍요우세선명배

會見繁英 映旭 찬란히 빛나는 꽃들이 어울려 있네

회견번영영욱화

曷處重看 如爾態 어디서 이 같은 모습을 다시 볼 건가

갈처중간여이태

遙憐華室 是耽멀고 애닯은 화실이 있으니 곧 탐라라

요연화실시탐라

 


<참고>

蕙(혜)= 줄기 하나에 꽃이 많이 피는 난초(一莖九華)

蔥(총)= 파. 제주도에서는 수선화를 ‘몰마농’이라 한다.

△ 婆()= 춤을 너풀너풀 추는 모습 偏艶艶= 한결 고운 모습

仙葩(선파)= 신선의 꽃, 수선화를 지칭함. 曷處(갈처)= 어느곳, 어디서

華室(화실)= 화실(花室), 수선화실(수선화가 만발한 제주도의 풍경을 묘사한 추사의 글씨작품)





가치가 떨어진 수선화의 푸념

 

                                             유유

 

미운 인간들

삭막한 계절엔 으레

험난한 고통 이겨낸 고상한 존재라고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영혼이며

아름다움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침 튀기며 이 몸 칭찬하고

온갖 카메라에 폰카까지

급하게 꺼내 들고 떼거지로 달려들었었는데

 

엊그제가 그런 때

빨갛고 하얗고 노랑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나비가 날고 새가 노래하더니만

아직 시퍼렇게 눈 뜨고 서 있는 이 장승은

이젠 전혀 보이지 않는가

눈길 한번 스쳐 지나치지 않아도 좋지만

이 몸 무참히 밟고 벚꽃 사진 찍는 인간들을

어떻게 이해해 주어야 한단 말인가

 

나르시스란 그런 뜻이 되어야 하나

자기박애주의를 갖고 태어난

움직이지 못하는 피사체가 되어

때론 우러러보이다가도

나중에는 인간들이 외면하여 버리는  

하늘을 감히 바라보지도 못한 채

물이 없는데도 고개 떨구고

땅바닥에 반영된 얼굴 모습만 보아야 하는

그런 운명이 싫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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