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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화암사 얼레지




화암사 얼레지


부끄러워

너무도 부끄러워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네요


향기 흘러나오는

맑은 계곡 물 따라 올라가

계속해서 더 올라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작은 폭포가 있는

양지바른 작은 둔덕에 자리 잡았고요


봄이 문을 두드리기에

밖으로 나가봤더니

소리가 들리네요

아마 풍경소리인 것 같아요

독경 소리도 같이 들리는 것 같네요


봄바람은 왜 이리도

치마를 들쳐대는지

아무도 안 보이는 산중에서도

민망하기만 하네요

제발 스님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개가 숙어지네요

잘못한 일도 없는데 괜스레 반성하고 싶고

참회의 눈물도 나오려 하네요

아직 윤회의 쇠사슬에 묶여있는

무엇인가가 있나 봐요

기껏 숨어 살려 노력한 것이

오히려 업을 더 짓는 것은 아닌지

한숨만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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