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마가지나무
길 막는 것 아니에요
비쩍 마른 이 몸이 무슨 볼품 있다고 길 막고 봐 달라 하겠나요
늘 혼자 있어서 외롭기는 하지만
그래도 홀로 사는 방법 알고 있답니다.
산속 깊은 곳에도
살아가는 존재 많은지라
서로서로 벗하면서 그런대로 살아가지요
봄이 오는 것 같아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간이네요
나무는 시원찮아 보여도 꽃은 그렇지 않답니다
워낙 급한 성격이라
새잎 나오기도 전에 대충 치마저고리 차려입고 나가는데
그래도 남들이 아름답다고 칭송합니다
하긴 다른 꽃들이 없을 때라
무조건 멋지다고 하는 줄 알지만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그래서 춥거나 말거나
눈이 와도 일찍 뛰어나가 은근슬쩍 향기 흘리면
봄이 왔다고 호들갑 떠는
인간 모습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