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문학/시-야생화 2022. 5. 21. 각시족도리풀 순진한 각시족도리풀 유유 본래는 가련함의 표징 함부로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여인들의 머리를 누르며 정숙을 강요했던 족두리 바르르 떨리는 떨잠의 고상함과 멋도 달려 있었고 시집가는 새색시의 수줍음도 숨겨져 있었지만 여자의 과시욕이 그만 물의를 야기하고 말았다네 어느 순간 지위와 부귀를 뽐내는 상징물이 되더니만 허영이 지나쳐 왕관 흉내까지 내다가 매서운 채찍을 맞고 산속에 버려지게 된 운명이여 그런저런 사정을 알 리가 없는 각시족도리풀은 숲속에서 밝고 순박한 웃음 지으며 요즘은 고개 숙이면서 사는 세상이 아니라고 한다. 족도리풀; 쥐방울과 소속답게 쥐방울만 한 통꽃이 달리는 산속의 약초이다. 크고 넓은 잎을 들춰야 족두리 닮은 보라색 꽃을 찾을 수 있는데 대부분 꽃이 벌과 나비를 매개체로 하는 데 반해 족도.. 문학/시-야생화 2022. 4. 21. 지고지순의 백작약 지고지순의 백작약 유유 바보 그래 그렇지 요즘 시대엔 정말 바보야 등신 쪼다 순백의 단아함과 기품이 무엇이라고 외로움을 자초하다니 숲에 낮 기온도 오르고 늦은 봄의 나른한 햇살에 자세가 흩어지게 하는데 푸른 바람에 살랑대고 싶은 마음 싱숭생숭 이어라 활짝 웃고도 싶건만 필 듯 말 듯 반만 열어야 하는 이 한 몸 꽃송이 민낯의 순박함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천생의 업보 무조건 청순가련형은 싫어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기도 하고 어지러운 음악에 맞춰 방정맞게 몸을 흔들고도 싶은데 홀로 산속에서 품위만 지키며 살라고 하네 이러다가 백의의 천사가 아닌 무명옷 입은 처녀 귀신이 되어 버릴까 걱정 흰 적삼 찢어져도 좋으니 왈가닥 놀이라도 한번 해 보고 싶어라! 백작약; 강작약이라고도 하는 깊은 산 숲속에서 자라는 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