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필과 산문
2022. 9. 5.
태풍 속의 이어도
태풍 속의 이어도/유유 날서방은 태풍이 오는 밤이 되면 매우 바쁘다. 지난해 조업 나갔다가 아직도 돌아오지 아니한 친구 집 초가지붕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새끼줄을 들고 두 시간 동안이나 일을 한 데 이어 처형네 집으로 달려가 집안으로 무너진 담장의 돌들을 밖으로 꺼내야 했고 이제 한시름 놓고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강풍으로 무너진 통시에서 도새기가 달아나자 발을 동동 구르고 어쩔 줄 몰라하는 새댁이 안쓰러워 밤새도록 도망간 돼지 새끼를 기필코 잡아 와 가두어 놓고야 말았다. 파김치가 된 몸이지만 마음만은 뿌듯하였다. 이어도에 사는 사람들은 태풍에 약하다. 큰바람만 불면 머리가 서고 닭살이 돋으며 정신도 혼미해진다. 특히 밤이 되어 바위틈을 뚫고 나오는 날카로운 칼바람 소리만 나면 뼛속이 깎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