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야생화
2021. 5. 6.
마가목 지팡이
마가목 지팡이 유유 바람이 지나가고 세월이 바뀌는 전환기 높은 산의 큰스님에게서 선물 받은 마가목 지팡이를 짚고 허리 굽은 노인이 가뿐하게 일어서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어디 가서 마가목 차 한잔할까나 중년 이후엔 힘이 떨어진 채 심장의 불기운만 강해 혈압이 오르고 불을 꺼줄 신장의 기능은 반대로 약해지니 오행 중의 물인 마가목으로 오장의 불을 제어해야 한다고 노인은 스쳐 가는 바람의 맛을 음미하면서 게으름을 모르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자신감 있게 살았는데 세월은 다리를 약하게 하고 허리도 숙이게 했다면서 그나마 지팡이가 병을 다스려 다행이라고 한다 지구를 두드리는 마가목 지팡이 소리에 개미는 피하고 힘껏 내뱉는 장탄가를 암벽이 화답하는 가운데 어디론가 향하는 노인의 발걸음엔 인생을 달관한 담담함이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