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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필과 산문

아이들과 놀아주는 바람

아이들과 놀아주는 바람

 

누구나 어린아이 시절이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잊고 지내기는 하나 동심의 세계에서 살면서 자연을 벗 삼아 생활한 적이 있었다. 요즘의 아이들은 주로 집안에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있으며 밖에 나가서도 PC방이나 풀스방 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각종 놀이에 몸과 정신을 빼앗기는 실정이다. 물론 예전에도 특별한 놀이가 있었다면 그 놀이를 했겠지만, 도구를 이용한 여건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자연 친화적인 놀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 속에서도 바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바람을 이용해서 노는 놀이의 대표적인 것은 바람개비와 종이비행기 그리고 연이라 할 수 있다. 바람개비가 꿈속에 빠져 있는 것이라면 종이비행기는 꿈을 쫓아가는 것이고 연은 꿈에서 깨어나 더 먼 세상을 보려는 것이다. 바람개비는 바람을 받아 제자리에서 돌지만 무한대의 세계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상징한다. 원심력과 구심력을 적절히 활용하여 소우주인 순결무구한 동심에서부터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한 후 대우주에 이르기까지 응축시켜 놓은 어린아이들의 철학이 담긴 놀이가 된다. 종이비행기는 어린이의 꿈이 2차원의 땅을 벗어나 3차원의 공간으로 나가는 것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종이비행기가 우아하게 날던 지그재그로 날던 날려 보낸다는 것은 다양한 사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꿈을 꿀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연은 여기서 더 나아가 꿈을 키우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미래를 지향한다. 이러한 것들은 은연중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기여를 하게 된다. 바람개비와 종이비행기 그리고 연은 바람과 종이가 만났을 때 어떻게 작용을 하고 어떤 조화를 부리는지 알려주는 상징물이 된다. 이것들은 우선 종이가 있어야 하고 또 종이를 적당하게 접거나 잘라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종이가 없으면 놀이도 할 수 없다는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아이들은 종이가 없어도 이와 비슷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자연에서 찾아냈다.

 

단풍나무 종류는 날개가 달린 씨앗을 오랜 기간 동안 가지에 매달아 두다가 적당한 바람이 불면 빙글빙글 돌리면서 땅으로 내려 보낸다. 아이들은 이를 보고 깨달아 이와 비슷한 여러 가지 씨앗을 따다가 언덕 위에서 돌려 떨어뜨리는 놀이를 한다. 종족보존을 위한 식물의 자연 적응 수단을 활용한 놀이이지만 결코 자연에 해를 끼치는 놀이가 아니라서 긍정적이다. 바람에 날리는 것도 종이비행기가 아니라 민들레 홀씨 같은 종류의 풍매화 이용 놀이가 더 교육적이다. 아기의 아주 미약한 숨결로도 흩어 날릴 수 있고 약한 바람에도 멀리 날아가는 홀씨의 모습은 신비스럽고도 우아해서 마냥 꿈을 지니게 되고 지식도 얻게 된다.

 

요즘엔 아이들이 감기 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바람을 차단하려 하지만 예전의 아이들은 바람과 친했다. 그래서 바람도 아이들을 위해서 놀아주려 노력했을 것이다. 바람은 어린이가 놀다 넘어져 다치면 일어나도록 힘을 보태주고 울지 말라 달래주고 눈물도 닦아 주었다.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머리가 명석해지도록 도와주었고 옷 속의 냄새를 없애주었으며 다리와 팔이 큰 힘을 쓸 수 있도록 단련시켰다. 아이들이 바람개비나 종이비행기를 가지고 놀든 연을 날리든 아니면 단풍나무 씨앗 돌리기나 박주가리 홀씨 날리기를 할 때도 바람은 잘 따라주었다. 억새 삘기를 뽑아 던질 때는 최대한 멀리 보내주려 노력하였고 조약돌을 물 위에 던지며 수제비 뜨는 놀이를 할 때면 물방울을 분산시켜 좋은 광경을 연출시켜도 주었다.

 

바람이 아이들과 놀 땐 아이들과 같은 순수한 동심을 지닐 수 있어서 좋았다. 바람은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준다. 마을에 어떤 사람이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산에는 어떠한 짐승들이 살고 있는지, 새소리는 또 어떻고 들꽃의 향기는 어떠한지 자세하게 가르쳐 주려 노력한다. 산과 들과 구름에 대한 신화와 전설을 알려 주기도 하고 어떻게 자라면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는지도 말해 준다. 아이들이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개의치 않고 열심히 속삭여 준다. 바람은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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