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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스크랩] 산엔 쪽동백나무가 꽃 피웠다고 하는데

 

 

 

 

산엔 쪽동백나무가 꽃 피웠다고 하는데

 

                                                        유유

 

오늘도 머언 산을 바라다보며 중얼거린다.

옅은 안개로 가려져 비록 윤곽만을 볼 수 있는 산이지만

나무의 종류나 바위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산에 못 간지 석 달이 넘어간다.

석 달이라 하면 한철을 지나 보낸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 년 중 한철을 빼면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하겠다.

지금쯤은 쪽동백나무가 꽃을 피웠을 것이다.

아무런 잘 못 한 것 없음에도 하늘을 보기가 부끄럽기도 하고

햇볕에 색이 바래는 것도 두려워 모든 꽃이 땅을 쳐다보도록 피울 것이다.

옥구슬 줄줄이 꿰어 매단 모양의 옥령화가 그립다.

시원한 그늘을 주는 쪽동백나무의 넓디넓은 이파리도 눈에 선하고

나무에서 품어 내는 그윽한 향기는 인간 사는 이곳까지 퍼져오는 듯하다.

오늘따라 새삼 쪽동백나무가 생각난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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