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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조-삶

[스크랩] 술시가 되었는가?

 

 

 

戌時가 되었는가?

 

                              유유

 

일심동체가 맞는가?

한몸이면서도 각자 움직이다가

입과 뱃속, 그리고 뇌가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그 순간 술시의 메시지

 

아침엔 서로 탓한다

혀는 맛도 분간 못 했고

입은 방정맞았으며

위는 그딴 것도 소화 못 시키고

장은 참을 줄 모른다는 등

그러다가 모든 죄

머리로 집중 추궁되니

뇌는 화난 김에

다시는 술 안 먹기로 선포한다

 

하루종일

한 몸 가동됨에 삐걱삐걱

365개 기관이 각자 힘들게 움직이며

억지로 돌아가다가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물은 자동으로 정화되듯이

몸도 정상이 된 양 착각하게 된다

 

술시가 다가오면

입이 먼저 뇌에게 사과한다

어제저녁 자제를 못 해 미안했노라고

장도 따라서 말썽 안 일으키겠다고 약속하니

위가 그런대로 괜찮다고 장단 맞추고

손과 발은 우리끼리라며 부추긴다

 

뇌야 더없이 좋다

아침의 결의는

까짓 거라며 무시하거나 잊어버린다

하루해가 넘을 때가 되면 항시

또 어떤 명분을 만들까 고민하는데

아그들이 알아서 분위기 조성하니 고맙다

매일매일 다시 찾아오는

戌時가 마냥 좋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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