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전에 꽃 피운 매화를 바라보며
한라산 기슭
어느 올레길 걷다가
너무도 반가운 매화를 만났다
다시 한 번 확인해도 분명히 매화였다
매화는
옛 선비들의
기상을 과시하는 매개체였다
많은 인물이 매화 없었으면 슬펐을 것이다
매화는
모진 겨울 이겨내
백설 헤치고 나타나 꽃을 피웠다
그래서 더욱 사랑받는 예술의 힘이 되었었다
봄의 화신
그런 상징의 매화가
겨울 시작되자마자 꽃을 피웠다
1-2월은 물론 동짓달도 한참 남았는데 말이다
철부지
계절을 잃어버린 매화를
예전의 시인 묵객이 보았다면 더욱 슬펐을 것이다
매화를 찬양한 많은 글과 책을 찢는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랴
시대는 변하는 것이기에
기후 변화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무슨 허물이 될까
매화라서 옛것만 고집하라고 한다면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다
뛰어나거나 조숙하다는 것은 죄가 안 된다
다만 주변 환경과 다르게 살려다 호된 시련을 당하는 것이 우려된다
어떤 매화
동지 이전에 돌연 꽃 피워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카메라에 취한 것은 좋다
그러나 폭설과 광풍이 몰아치는 긴 긴 겨울을 어찌 지낼 것인가가 걱정된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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