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책
알몸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민망스런
그래도 진정성 있고
가식을 벗어버린
겨울 길
걸어가노라면
내 마음도 백지가 된다.
신제주에 조성된 한라수목원의 산책길은 화려하지도 소박하지도 않다. 시끌벅적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적막을 나타내는 고요함도 없다. 늘 적당함이 자리 잡은 곳이라 할 수 있다. 겨울철 눈이 오면 노루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을 벗겨내고 풀을 찾는 모습이 보이며 이따금 지나가는 주민들의 생기있는 호흡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동네 한 바퀴
마음이 울적할 땐
동네부터 한 바퀴
온몸이 피곤할 때도 옆 동네까지 한 바퀴
한 바퀴
돌고 난 후엔
잘 풀리는 세상사.
의자도 쉬어야 할 때가 있었으니
바로 이런 순간이네요
2022년 올해 마지막의 눈일까
아닐까
또 눈이 온다면 즉시 한라수목원으로 달려 가야 하겠지요!
새벽 산책
이른 아침 산책로엔
내렸던 눈이 남아
살며시 밟으면서 발걸음 수 세게 되고
저절로
만들어진 노트
공간을 채워 나간다.
2022년 2월 20일 아침
눈 내리는 날의 한라수목원 산책로
잠시 걸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