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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철사줄 아닌 줄사철나무






철사줄 아닌 줄사철나무/유유


능력이라곤 독한 추위에도 푸른 세포 잃지 않는 것

열대 식물들은 뜻을 모를 일이다


재주라곤 돌담 타거나 바위와 나무에 기어오르는 것

땅바닥 풀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어쩌다 보니 거꾸로 읽어 강하고 질긴 철사줄이 되었는데

강함이란 억지로 약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 것이요

질기다는 것도 부러지고 싶지 않다는 희망일 것이다


겉으론 대단해 보이는 초겨울의 줄사철나무

한없이 나약하고 허전한 사실을 속으로 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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