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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가치가 떨어진 수선화의 푸념

 

 

 

 

가치가 떨어진 수선화의 푸념

 

                                             유유

 

미운 인간들

삭막한 계절엔 으레

험난한 고통 이겨낸 고상한 존재라고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영혼이며

아름다움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침 튀기며 이 몸 칭찬하고

온갖 카메라에 폰카까지

급하게 꺼내 들고 떼거지로 달려들었었는데

 

엊그제가 그런 때

빨갛고 하얗고 노랑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나비가 날고 새가 노래하더니만

아직 시퍼렇게 눈 뜨고 서 있는 이 장승은

이젠 전혀 보이지 않는가

눈길 한번 스쳐 지나치지 않아도 좋지만

이 몸 무참히 밟고 벚꽃 사진 찍는 인간들을

어떻게 이해해 주어야 한단 말인가

 

나르시스란 그런 뜻이 되어야 하나

자기박애주의를 갖고 태어난

움직이지 못하는 피사체가 되어

때론 우러러보이다가도

나중에는 인간들이 외면하여 버리는  

하늘을 감히 바라보지도 못한 채

물이 없는데도 고개 떨구고

땅바닥에 반영된 얼굴 모습만 보아야 하는

그런 운명이 싫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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