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로 올라온 해국

 

 

 

 

도로 위로 올라온 해국

 

                                        유유

 

어느 산꼭대기엔

커다란 조개무덤이 침묵을 지키고 앉아서

수풀 물결 바라보며

아주 오랫적 옛일을 생각하고 있다 하는데

바다 좋아하는 이 몸은

어쩌다 이렇게 도롯가에 나앉아

파도소리 아닌 괴물들의 신음만을 들어야 하는가

 

괴이쩍구나

산국이 바닷가로 내려와 친구 하자 할 때

싫지도 않았고

바다 떠나 먼 산 올라가다 지친 것도 아닌데

차도에 퍼져 앉아있는 이유 알 수 없어라

 

상전벽해란 무엇인가

노아의 방주가 설산 속에서 출발했기에

배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일런가

산과 바다가 임무교대 할 시간 오면

비린 냄새와 짠맛을 잊어야 하는 운명인지라

또 다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해국은 내공 수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