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자연
2023. 10. 14.
까마귀베개의 색 변화
까마귀베개의 색 변화/유유 베개에 인생의 흔적이 담겨 있을까 베갯잇에 묻은 사랑의 침이 정녕 세월 흐르면서 색깔을 바꾸어 간다는 말인가 어릴 땐 다 초록색 말 그대로 풋내나는 풋사랑에 취해 세상 물정 모르던 그 시절이 가장 좋았을 것 조금 커서 어린이는 노란색 무한한 꿈과 희망의 사랑에 정신 취해 언제까지나 이런 날이 영원히 계속되리라 기대 원숙한 빨간색 화장이 습관이 될 땐 사랑이란 최고의 행복이요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살아가는 젊음의 순간들 그러다가 늙음의 갈색빛이 나타날 땐 생로병사가 무엇인가 뒤늦게 인식하게 되었고 사랑의 덧없음을 탄식할까나 결국 까만 윤기로 변신을 마칠 땐 그동안 살아오면서 사랑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해탈의 경지에 이르나 보다. 제주시 신시가지에서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계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