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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조-삶

[스크랩] 역할분담

역할분담

 

신부가 좋다

수녀도 되고 싶다

지상의 모든 남녀가

신부와 수녀가 된다면

평화스런 세상이 지속될 것이다

 

스님은 훌륭하다

비구니도 중생을 구제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말이다

비구와 비구니가 되어 수행한다면

사바세계에 고통이 없어질 것이다

 

그럴리가

그렇게 되지도

그렇게 되어서도

그렇게 생각조차 해서도

물론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만물은

무엇이 되었던

주어진 역할이 있고

이를 충실히 지키는 것이

세상을 지속시키는 것이라 한다

 

농가의 돼지가

무거운 짐을 운반하고

날렵한 동작으로 집을 지키며

시간을 알아 주인을 깨우게 되면

소와 개와 닭이 매우 싫어할 것이다

 

글 쓰는 사람 글 쓰고

농민은 식량을 생산하며

대장장이는 땀을 흘리며 농기계를 만들고

상인은 장사를 해 물건을 유통시켜

그렇게 서로 서로를 도우며 살아 왔다고 한다

 

나의 존재

내가 하고 있는 일

나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 얽히고 섥혀 돌아가는 사회

모두 다른 역할들이 있게 마련이다

 

주식에 투자하면 돈 벌고

정치판에 뛰어들면 국회의원 되고

데모를 주동하면 국가유공자가 되고

모든 국민들이 동시에 그렇게 된다면

인간사 말 그대로 개판이 되고 말 것이다

 

주어진 역할

잘 찾아야 한다

엉뚱한 역할 흉내내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언제나 한숨만 달고 살게 된 단다

 

                                                                                                                유유 시집 <습작노트> 속에서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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