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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바위 대야

 

 

바위 대야/유유

 

 

산행하면서 땀을 흘리던 중

마침 맑은 물이 담긴 바위의 대야를 만나게 되어

세수를 하려다가

잠시 멈칫

 

 

 

 

이 물은

노루가 애지중지하는 식수는 아닐런가

아니면 토끼의 목욕탕

선녀의 소꿉놀이 부엌일지도 몰라

 

 

 

 

그래도 두 손으로 물을 뜨려다가

수면에 나타난 얼굴

어쩌면 저렇게도 형편없이 생겼더란 말인가

저게 정말 나일까

 

 

 

 

갑자기 눈물이 고이네

멋쟁이로 우아하게 늙고 싶었던 것은 영원한 꿈

낯설어 보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숫대야

 

  예전에는 아침에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세수를 했다.

  세숫대야는 보통 청동으로 만든 놋대야를 많이 사용했으며 점차 스테인리스로 바뀌었다.

  궁중에서는 금으로 만든 것을 사용했고 고관대작은 청자나 분청사기로 만든 것을 썼다고도 한다.

  세수는 하늘이 보이는 방 밖에서 했기에 세숫대야에 담긴 물에서는 얼굴이 비쳤다.

  세숫대야에 담긴 물 속으로 내려다보며 보이는 얼굴은 거울 속의 얼굴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슬퍼 보일 땐 가끔 눈물 한 방울이 수면에 떨어져 그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리기도 한다. 

  요즘엔 세숫대야가 사라지고 실내 화장실의 세면대가 대신한다.

  세면대에 담긴 물에서는 얼굴이 비쳐지지 않는다.

  늘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이 세면대 위의 거울 속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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