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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디카시

사라져가는 부채

“野竹有高節 文禽無俗聲(야죽유고절 문금무속성)”-“야생의 대나무에게는 절개가 있고, 공작새는 속된 소리를 내지 않는다.”

 

 

사라져가는 부채

 

 

더운 여름철엔 부채가 효자였는데

이젠 무용지물

선풍기와 에어컨이 미울까

 

아니 아니 달라진 용도가 좋다고 한다.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조차 없던 시절엔 부채가 여름철 필수품이었다.

부채란 손으로 이리저리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였지만

땀도 묻고 모기나 파리도 잡고 하다 보니

여름 한 철 지나고 나면 종이가 다 상해서 버려야 하는 존재가 되었었다. 

 

 

송심난성(松心蘭性) "마음은 소나무처럼 푸르고 성품은 난처럼 맑고 깨끗하다."

 

 

그러나 이젠 용도가 바뀌어

판소리 같은 국악을 공연할 때 소품으로 아주 중요시 하는가 하면

줄타기 묘기를 부릴 땐 균형을 잡는 도구가 되었고

여인이 얼굴을 가리는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무엇보다도 동양화가나 서예가들이 작품을 만들어 내는 화선지 역할을 하여

장식품이 되거나 선물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부채를 만들어 내는 기술도 전수되고 부채 가격도 인정받게 되며

작가의 예술 작품은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靑山無語  蒼空無垢 (청산무어   창공무구)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그래서 부채의 수명이 아주 길어 졌으니

부채가 선풍기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겨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선물 받은 부채는 장농 속에서 숨도 못 쉬고 잠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바람을 일으키는 존재의 가치는 사라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작가>
1. 시객 한산; 고 최성민, 시인, 서예가, 건축사, 전 한국예총 사무총장, 전 한산서원 대표
2. 놀뫼; 고 최절로(최성민의 필명), 전 시 문학지 문단 대표, 시집 10여권 발표
3. 남계 조종국; 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전 한국예술문화진흥회 이사장
4. 귀지헌 김순택; 서예가, 의사, 현 제주복지피부과 원장, 제주도서예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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