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입술 열고 항의하는 송장풀
옛날에는 왕의 이름에 개똥이가 있었고
정승이 된 사람 이름도 도야지가 있었다 한다
그건 그야말로 옛날 말이다
요즘에 그런 이름 지어주면 가만 있겠냐
그런대로 괜찮은 이름도, 멀쩡한 이름도
법원 가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바꾼다더라
땅 위에 이름없는 풀은 없다고 한다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렇다고 어느 한 인간 마음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이름 붙여 놓으면 안 된다
이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아는 인간들이
식물의 특성이나 성질을 무시한 채
어찌도 이리 무식한 이름 계속 부른단 말인가
송장이라는 말 안 쓰인 지 오래되었다
어린이들은 송장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식물을 잘 안다고 큰소리치는 학자들아
하루빨리 송장풀 이름 바꿔주라
바꿔주기 싫으면 그냥 잡초라 부르던가
아니면 차라리 옛날 이름 개속단이라는 말
그대로 두어라.
..............................
송장풀; 개속단이라고 불리다가 1949년 도감을 정리할 때 정태현 등이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이라 한다. 풀을 자르면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송장풀로 불렀다는 말도 있으나 그렇지는 않고 솜털이 났다고 해서 솜장풀로 한 것이 잘 못 표기되었다는 의견도 있고 일본에서 배운 학자들에 의해 일본식 이름을 붙였다는 주장도 있다. 산지의 풀밭에서 자라며 대화익모초, 갯방앳잎 등의 이명도 있다. 풀 전체를 이뇨, 강정, 중풍, 뇌졸증 등에 사용된다 한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메모 :
'문학 > 시-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절굿대를 보는 느낌 (0) | 2013.10.07 |
---|---|
[스크랩] 곰취, 너의 꽃이었더냐 (0) | 2013.10.07 |
[스크랩] 취하면 생각나는 부용 (0) | 2013.10.07 |
[스크랩] 여리여리한 어리연꽃 (0) | 2013.10.07 |
[스크랩] 입술을 깨문 소황금 (0) | 2013.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