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의 선녀탕
유유
한라산 심심산골 계곡의 맑은 물
바위 위에 개어 놓은 선녀의 날개옷이 펄럭이니
노루의 코가 벌렁벌렁
나무꾼에게 달려가 눈을 껌벅껌벅
그랬다는데
계곡엔 목욕탕도 남아 있고 노루도 여전하건만
보이지 않는 선녀
실망한 나무꾼도 폐업하고 도시로 갔는가
텅 빈 선녀탕
계곡의 물이 더러워졌기에 선녀가 내려오지 않을까
나무 뒤에 숨어서 엿보려는 등산객에게
노루가 침을 뱉고 지나가는 곳
기다리다 지친 등산객이
옷 입은 채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놀고 있는데도
저 아래쪽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동네 물이 최고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