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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스크랩] 원추리 곁에서 근심을 잊다

 

 

 

원추리 곁에서 근심을 잊다

 

천 년의 노여움을 내 뿜으며 대지를 태우던 태양이

이별을 고하는 하루살이 날갯짓에 고개를 숙이는 시간 다가오면

활짝 웃고 있던 원추리 꽃도 슬며시 꽃잎을 여민다

멀리서 땅거미가 느릿느릿 오고 있어도 어머니의 손길은 바빠지고

보릿대 짚 태워 모깃불 만들다 생긴 눈물이

부지깽이 든 손등에 떨어진 줄조차 모르는 채

수제비 넣을 호박국 끓이면서 손등으로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을 닦는다

마당에 펼쳐놓은 멍석 위엔 커다란 상이 비스듬히 놓여 있고

아이들이 열무김치 갖다 놓으며 거들어 준다

저 멀리서 선녀가 저녁놀 색종이 놀이 끝낼 때쯤 되니 

매캐한 연기가 땅 위를 장악하고 재티가 난무하는 가운데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수제비 저녁상도 물린다

멍석에 앉아 있는 가족들의 두런두런하는 말도 때로는 참견하고

모기를 쫓느라 부채로 탁 탁 치는 소리는 흘려 들으며

어머니는 원추리 곁에 자슷물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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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넘나물, 금침채, 망우초, 의남화, 모여초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산기슭이나 습기가 많으면서도 토양이 비옥한 곳에서 주로 자라는 한국 전형의 고전적 식물이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고 있으며 꽃은 비타민이 풍부해 요리에 사용되고 색을 넣은 밥을 짓거나 소주에 담아 피로회복제로 마시기도 한다. 한방에서 훤초근이라 불리는 뿌리는 이뇨, 지혈, 소염제로 쓰인다. 원추리 꽃은 수더분하고 조용한 어머니의 상징이라 하여 훤초 또는 훤당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며 "기다리는 마음" 또는 "근심을 잊는" 꽃말과 함께 어머니의 공간인 집안 정원의 주인이라고도 한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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