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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겨울 해안의 덩굴모밀






겨울 해안의 덩굴모밀/유유

 

바다가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기지개를 피며 꽃을 피우는 덩굴모밀









수면을 타고 온 찬 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주변이 조용해졌다고 속삭이니

눈과 귀를 열고 주변을 관찰하느라 정신을 집중 시켜 본다











관광객들의 시끌벅적한 소리에 묻혀있던 작은 움직임이 들리는데


게들이 반들반들한 몽돌 사이로 비켜 가는 발소리

물결 따라 흔들리며 노는 조개들의 소꿉놀이

헤쳐모여를 반복하며 먹이를 잘게 부수어 먹는 새우들의 속삭임

모래 속에서 길 찾기에 여념이 없는 갯지렁이의 콧노래도 들린다







 



바다가 더 차가워지면 덩굴모밀은 까만 열매까지 달게 된다














부드러운 파도와 포근한 모래 그리고 따듯한 해안은

이제 사치













갈매기가 찢어지는 소리 지르며 내려와 물고기 한 마리 물고 올라가면

무지막지한 파도가 구멍 숭숭 뚫린 바위를 마구 패기 시작하고

바위는 아프다고 울면서 하얀 피를 엄청나게 흘리는 모습 보인다











매서운 바람은 심술 기가 발동해 고깃배들을 마구 뒤흔들며

공기놀이하듯 가지고 놀고 있고












점잖은 하늘까지 나서서 어두운 조명으로 바꾸고 눈비까지 내리게 하니

바다는 더욱 차가워지지만


덩굴모밀은 까딱도 하지 않고 이를 음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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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굴모밀; 제주도의 남쪽 바닷가에서 자란다. 쇠소깍 등 서귀포시 일부 해안가에서 무성하게 분포되어 있지만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덩굴줄기를 옆으로 뻗어 가지를 치고 가지에서 꽃대를 올려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꽃을 피운다. 마디풀과의 여뀌속이어서 메밀 종류의 이름에 포함시키기가 곤란하다. 개모밀덩굴도 같은 경우며 차라리 이름을 서로 바꾸어 부르는 편이 맞을 것 같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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