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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물잎풀의 입술은 멍들고





물잎풀의 입술은 멍들고/유유

 

할 말은 많은데 시간은 짧고

입술에 물 발랐지만

야속한 석양은 한숨마저 데려가고 있는

습지의 한구석

 

목에 걸린 가을을 토해내다 지쳐

눈물 찔끔 비치는

물잎풀의 연보랏빛 입술에

지나가던 잠자리 눈 조각 떨어지고 만다

 

물이 마르면 어쩌나

그러면 바람도 구름도 찾지 않겠지

물잎풀의 입술은

잠시 잠깐의 고민에 더욱 멍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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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잎풀; 제주도의 낮은 지대 습지에 사는 여러해살이풀로 꽃망초, 물말풀, 물버들풀이라는 이름도 있다. 물을 좋아한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었는데 개발로 인해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사는 장소, 꽃 만드는 시기, 꽃 피는 시간 모두 까다롭고 꽃자루 없이 잎겨드랑이에서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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