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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스크랩] 복잡한 마삭줄

 

 

복잡한 마삭줄

 

산속 식물들

저마다 개성 갖고

일생을 지내듯이

마삭줄 또한

그렇게 산다고

주장한다

 

주변의 나무와 풀들이

메말라 삭아 갈 때

이곳저곳 줄기 뻗고

푸른 잎으로 장식하며

겨울의 생명인 양

보인다 하여도

자랑 아니라 한다

 

눈 속에서 위용을 뽐내는

진초록의 이파리는

봄날의 연노랑 새순에

자리를 내 줄 것이며

초여름 하얗게 피는 꽃이

수레바퀴나 바람개비 같은

깜찍한 모습에다가

정신을 빼앗는 향기 풍겨도

초가을 되면

젓가락같이 길죽한

꼬투리열매로 변한다

 

과일 익어가는 가을 되면

괜스레 흥이나

푸른 잎 몸을 꼬며

붉었다가 노랬다가

알록달록 변신도 해보지만

결국은 생긴 대로 산다며

눈 속에 갇혀도

윤기나는 푸른 빛 유지한 채

힘차게 덩굴 내 뻗는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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