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시큰둥한 꽃다지/유유
깜박 잠들었는가 싶더니 웬 수다 소리 콧등을 간질인다
저 애 제비꽃들은 겨울잠도 없나 하고 입을 비쭉이며 오른쪽 돌아눕는 순간에
이젠 콧등 아닌 콧속을 자극하는 향수의 아지랑이 스쳐 지나간다
참말로 냉이는 '저 고급 화장품을 얼마나 비싸게 샀을까' 순간 생각하면서도 다시 잠속에 빠져든다
겨울 간신히 이겨 기운 차린 태양이 낮은 언덕에 봄 화살 쏘아댈 때
구름은 자주 그늘을 만들었다 벗겼다 하고 민들레 얇은 옷 갈아입는 소리 분주해도
아직 비몽사몽 헤매는 꽃다지는 봄 노래 시큰둥하다
봄바람 좋다며 정신없이 춤추다 보니 냉이의 향낭은 텅 빈 채 키만 벌쭉 커지고
이런저런 봄꽃이 여기저기 피다 보니 이젠 꽃 취급도 못 받는 제비꽃은 창피해 바닥에 바짝 붙어 버린다
더 자고 싶어도 하도 요란 떠는 잡풀들 많아지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꽃다지는
정신없이 꽃 만들다 보니 낱장이 찢어지고 떨어지고 길어지고 짧아지고 뒤죽박죽 모양새 안 좋다
그래도 알아주거나 말거나 봄의 색 진정한 노란 빛깔의 수채화를 그릴 수 있다고 자부한다
민들레가, 노란 민들레가 사촌들 모으고 외국에서도 친척 불러오고 해서 작은 언덕 중간중간 노랗게 수 놓아도
그러거나 말거나 꽃다지는 아직도 봄에 대해 무관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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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전국 각지의 들이나 길가, 언덕, 밭둑 등지에서 자란다. 꽃 색깔이 노란색일 뿐 냉이와 비슷한 모양이고 갖은 장소에서 자라지만 냉이와는 전혀 다른 종류이며 냉이가 캐 나가면 장소를 더 넓게 차지해 번성하게 된다고 한다. 봄을 부르는 꽃이면서도 초봄에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봄이 끝나갈 즈음이면 넓은 영역으로 인해 눈길을 주게 된다. 한방에서는 씨앗을 정력자라는 이름으로 설사 등에 쓴다고 한다. 꽃말은 "무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