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차 한 잔 마시며
국화로 만든 차가 코 가까이 오면
물안개 피어오르는 잔잔한 호수가 눈가에 펼쳐진다
해국으로 만든 차를 입술에 대면
성난 파도를 다림질한 바다로 바꿔 버리는 오감을 느끼게 한다
국화차 향기 귀에 전해지면
젖먹이 아기의 여린 숨소리 들을 수 있다
감국으로 만든 차가 혀끝에 달 땐
구름 이불 위에 누워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산국으로 만든 차의 온기가 손끝으로 감지되면
들녘에서 서리를 몇 번이나 맞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들국화로 만든 차를 눈으로 마시면
꽃에 얼마나 많은 벌이 다녀갔는지 셈을 하게 된다
국화로 만든 차는
영혼과 육신에 새로운 세계를 경험시켜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