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댕강 곁을 지나며
유유
행여 옷깃이라도 스치면
꽃이 댕강댕강 떨어질까 두려워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지나치고 싶은 마음은
이름에서 받은
선입견 때문일까
좀 더 다가가면
은은하고 감미로운 향기가
머릿속을 맑게 해 주는데도
가깝고도 먼 당신이 되어
모른 척 곁을 지나는
낯선 사람 되어야 할까
어느 땐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꽃 속에서 나와
같이 놀아달라는 말로
들리고 있음에도
그냥 지나치고 만다
어느 땐
수많은 작은 트럼펫의
소용돌이치는 합주가 들려와
어느 음악회가 열렸던가
애써 회상하면서
가던 길 멈추기도 한다
장마도 있고 폭염도 있는
여름이 돌아오면
항시 지나치는
그 길가 담장 꽃댕강나무에
천만 마리 학이 앉아
계절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꽃댕강나무: 왜댕강이, 아벨리아라는 말로도 불린다. 중국 원산이나 원예용으로 개량되었으며 2m 안팎으로 촘촘히 자라기 때문에 중부 이남 지방 특히 제주도에서 울타리용으로 주로 활용된다. 여름 내내 옅은 분홍색을 띤 흰색의 꽃을 피운다. 날씨가 추워지면 꽃이 지지만 붉은색의 꽃받침이 그대로 남아 꽃인 양 역할을 대행한다. 가지가 댕강 부러지기 때문에 댕강 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꽃이 뚝 떨어진다는 오해성 이미지를 준다. 꽃말은 평안.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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