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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스크랩] 꽃댕강 곁을 지나며

 

 

 

꽃댕강 곁을 지나며

 

                                유유

 

행여 옷깃이라도 스치면

꽃이 댕강댕강 떨어질까 두려워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지나치고 싶은 마음은

이름에서 받은

선입견 때문일까

 

좀 더 다가가면

은은하고 감미로운 향기가

머릿속을 맑게 해 주는데도

가깝고도 먼 당신이 되어

모른 척 곁을 지나는

낯선 사람 되어야 할까

 

어느 땐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꽃 속에서 나와

같이 놀아달라는 말로

들리고 있음에도

그냥 지나치고 만다

 

어느 땐

수많은 작은 트럼펫의

소용돌이치는 합주가 들려와

어느 음악회가 열렸던가

애써 회상하면서

가던 길 멈추기도 한다

 

장마도 있고 폭염도 있는

여름이 돌아오면

항시 지나치는

그 길가 담장 꽃댕강나무에 

천만 마리 학이 앉아

계절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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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댕강나무: 왜댕강이, 아벨리아라는 말로도 불린다. 중국 원산이나 원예용으로 개량되었으며 2m 안팎으로 촘촘히 자라기 때문에 중부 이남 지방 특히 제주도에서 울타리용으로 주로 활용된다. 여름 내내 옅은 분홍색을 띤 흰색의 꽃을 피운다. 날씨가 추워지면 꽃이 지지만 붉은색의 꽃받침이 그대로 남아 꽃인 양 역할을 대행한다. 가지가 댕강 부러지기 때문에 댕강 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꽃이 뚝 떨어진다는 오해성 이미지를 준다. 꽃말은 평안.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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