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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스크랩] 꽃 입술 열고 항의하는 송장풀

 

 

 

 

꽃 입술 열고 항의하는 송장풀

 

옛날에는 왕의 이름에 개똥이가 있었고

정승이 된 사람 이름도 도야지가 있었다 한다

그건 그야말로 옛날 말이다

요즘에 그런 이름 지어주면 가만 있겠냐

그런대로 괜찮은 이름도, 멀쩡한 이름도

법원 가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바꾼다더라

 

땅 위에 이름없는 풀은 없다고 한다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렇다고 어느 한 인간 마음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이름 붙여 놓으면 안 된다

이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아는 인간들이

식물의 특성이나 성질을 무시한 채

어찌도 이리 무식한 이름 계속 부른단 말인가 

 

송장이라는 말 안 쓰인 지 오래되었다

어린이들은 송장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식물을 잘 안다고 큰소리치는 학자들아

하루빨리 송장풀 이름 바꿔주라

바꿔주기 싫으면 그냥 잡초라 부르던가

아니면 차라리 옛날 이름 개속단이라는 말

그대로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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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풀; 개속단이라고 불리다가 1949년 도감을 정리할 때 정태현 등이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이라 한다. 풀을 자르면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송장풀로 불렀다는 말도 있으나 그렇지는 않고 솜털이 났다고 해서 솜장풀로 한 것이 잘 못 표기되었다는 의견도 있고 일본에서 배운 학자들에 의해 일본식 이름을 붙였다는 주장도 있다. 산지의 풀밭에서 자라며 대화익모초, 갯방앳잎 등의 이명도 있다. 풀 전체를 이뇨, 강정, 중풍, 뇌졸증 등에 사용된다 한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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