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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조-삶

농어촌문학상 응모작 습작용

 

 

  

소년 나무꾼

 

학교 안 가는 날엔 나무를 하러 가야 했다

어른들은 논밭에서 일해야 했고

땔감은 늘 부족하기에

아주 당연하게 소년 나무꾼 되어

아침 일찍 흑염소 끌어 풀밭에 매어 놓고

낫과 새끼줄 둥글게 묶어 길을 나선다


산에까지 가려면 10리 더 넘게 걸어야 한다

가까운 산에서 나무 자르면 주인한테 걸려 혼쭐나고

주인 없는 산엔 자를 나무가 별로 없기에

다리 품 팔아 가능한 한 멀리 가서 찾아보아야 한다

한 시간쯤 걸으면 변변찮은 아침 보리밥의 영향으로

금방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무 서리를 하게 된다

 

무를 먹으니 속이 쓰려 온다

땅 위로 올라온 파란 부분이 달콤하고 덜 매워

그쪽만 먹었는데 거름을 뿌려 놓아 똥독 오른 것 아닌가

덜컥 겁이 나 개울로 달려가 벌컥벌컥 물을 들이켠 후

돌 위에 앉아 잠시 쉬는 중 물속 가재가 손짓하기에

너 이놈 하며 가재 잡기로 아픔을 잊어버린다

 

어머니는 성냥갑을 못 갖고 다니게 하였다

그래도 큰 성냥통 귀퉁이 칠한 부분을 조금 찢어

성냥 낱알 몇 개와 같이 숨겨 오기를 잘했다고 하며

마른 가지를 모아 간신히 불을 붙인 후

잡은 가재 빨갛게 익히며 풍족함을 체험하고

이것이 고기 맛이다 하면서 먹는 순간을 즐긴다

 

힘이 생기면 나무를 많이 하게 된다

말라 죽은 나뭇가지와 타기 쉬운 나무를 잘라

먼저 새끼줄로 작은 나뭇단을 틀어 놓고

너덧 개 단을 한꺼번에 뭉쳐 멜빵을 만들어 묶는다

잠시 쉬는 동안 고소한 개암을 까먹으며

밤나무가 많은 이곳을 잘 보아두자고 다짐한다

 

지게를 사용하지 않고 등짐으로 지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지게를 안 갖고 온 것은 너무 무겁고

크기도 커서 걸을 때 다리가 바닥에 걸리기 때문인데

곧고 긴 나뭇가지 하나 쳐서 작대기 만들면

등짐 지고 일어날 때와 쉴 때 바쳐 놓을 수 있도록 

소년 나무꾼의 요령은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은 가볍고 몸은 무겁다

지나왔던 개울을 건너다 나뭇짐 받쳐놓고

빨가벗고 뛰어들어 땀을 닦고 몸을 식히는 중

가까운 곳의 고구마밭이 유혹을 하고 있어

살금살금 기어가 땅속 물건 파내 와

풀에 베인 살갗에 흐른 피 보충한다고 어적댄다

 

비틀거리며 동구밖에 다다르니 집이 보인다

저녁밥 짓는 연기가 나오는 것을 보며

사립문을 들어서니 어머니가 반갑게 뛰어 나온다

고생했다고 칭찬을 하려다가 갑자기 멈추곤

등 뒤의 나뭇단을 유심히 들여다보는데

어째 좀 가벼워졌다 했더니 절반으로 줄어 있었다

 

떨어진 나뭇가지 주우러 가겠다고 집을 나섰다

집 식구부터 챙기라는 어머니의 호통을 듣고

아뿔싸 밤을 싫어하는 염생이를 놓아두었구나

개울에서 너무 많이 놀아 할 일을 못 했구나

나뭇단 묶는 방식도 다시 배워야 하겠구나 하고

돌아선 소년 나무꾼은 순박한 반성을 해 본다. 

 

 

요령도 다가 생각 나

 

 

집아은 저녁밥 온 그슨온다

ㄸ아식히든다 

밤 익을 때

 

수부바른갯가로 어주인 없는 산엔 개울 가재 새끼줄과 낫 장갑 고무신발 무우 고구마 벌과 닭

 

 

어머니의 수제비 

 

천 년의 노여움을 내 뿜으며 대지를 태우던 태양이

이별을 고하는 하루살이 날갯짓에 고개를 숙이는 시간 다가오면

잔뜩 움츠려 있던 달맞이꽃이 슬며시 꽃잎을 열기 시작한다

멀리서 땅거미가 느릿느릿 오고 있어도 어머니의 손길은 바빠지고

보릿대 짚을 태워 모깃불 만들다 생긴 눈물이

부지깽이 든 손등에 떨어지는 줄조차 모르는 채

수제비 넣을 호박국 끓이면서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을 훔친다

마당에 펼쳐놓은 멍석 위엔 커다란 상이 비스듬히 놓여 있고

초대받지 않은 옆집 아랫집 사내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열무김치 갖다 놓으며 거들어 주는 가운데

저 멀리서 선녀가 저녁놀 색종이 놀이 끝낼 때쯤 되니 

매캐한 연기가 땅 위를 장악하고 재티가 난무하는 가운데

온통 동네 얘기와 농사 짖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오가며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수제비 저녁상도 물리게 된다

어머니는 부엌에 숨어서 남아있는 희멀건 수제빗국 마신 후

멍석에 앉아 주절대는 남정네들의 흰소리와 

할아버지가 모기를 쫓느라 부채로 탁탁 치는 소리를 흘려 들으며

자슷물을 갖고 밖으로 나가고 있다.

 

 

꽈리 부는 소녀

 

"요강단지로 꽈리 부는 소리가 들린다"

쳇! 할머니는 꼭 싫은 말만 골라서 해

밭에서 소중히 자란 꽈리 하나 따

속도 파내고 시냇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입속에서 부드럽게 다루는 장난감인데

기분 나쁜 요강이란 말

정녕 처녀에게 할 소리란 말인가

 

"기집애가 바깥으로 싸돌아다닌다"

흥! 할머니는 어린 소녀적 없었나

비록 낡은 무명치마에 고무신이지만

아랫동네 동무들과 놀고 싶고

외지 남자 오면 먼발치 보고도 싶고 

방물장사 올 때 따라다니며 무엇이 있나

곁눈질한 적이 없단 말인가

 

"저것을 장차 누가 데려갈 것인가"

메롱! 할머니가 걱정 안 해도 될 일

짚새기도 짝이 있다는 소리 있고 

손톱에 봉숭아 물 들이고 있으면

데려갈 사람 나타난다는 이모님의

전설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어찌 사랑스런 표현을 그리한단 말인가

 

야속한 할머니의 말을

언제나 귓전으로 흘려 들으며

즐겁게 꽈리 불던 그 소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흰 저고리 검정치마 몸빼바지ㅣ 흙 손톱 봉숭아 박물장수 할머니 빗 노리개 분 화장품 구루무

 

 

 

잊혀진 뱃사공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사공의 손은 부르터야만 한다. 산마을 사람들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며 누구네 집 아이가 넘어진 일에서부터 새로 온 면장의 걸음걸이에 이르기까지 쉴 사이 없이 주절댄다. 사공은 묵묵히 듣기만 하면서 노를 젓는다. 노가 뱃전에 부딪치는 소리는 묻혀버린다.

 

배삯은 일년에 보리 한말과 쌀 한말로 두 번에 걸쳐 해결한다. 9살된 어린아이도 때론 사공을 대신하여 배를 몰기도 한다. 강줄기 물 흐름을 제대로 알고 키 보다 큰 노를 휘젓는 모습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 아플 때는 꼭 나온다. 배는 요령있는 어린 아이의 말을 잘도 듣는다.

 

나루터에 자리잡은 사공의 집은 왜 모두 오막살이어야 하는가 싶다. 사공네 집은 울타리도 없고 싸리문도 없다. 부엌문은 항상 열려 있고 문풍지는 바람에 찢어져 덜렁거린다. 새끼줄에 널어놓은 발레는 절반 가량이 땅에 떨어져 있다. 누렁이 한 마리만 햇볕 받으며 뜨락에서 졸고 있다.

 

배 건너던 자리에 다리가 놓여져 있다, 사공네 집은 흔적도 없고 뱃터도 없으며 무슨 나루인지도 잊혀져 버렷다. 강은 물이 줄어들었어도 그대로 흐르고 있는데 배는 없다. 다리 위로 차들만 경주하듯 질주한다. 사공의 어린 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공은 과연 강 옆에 묻혀있을까.

 

 

논두렁 우렁이 이야기

 

할머니의 부지깽이 다루는 솜씨는

뜨개질의 기교

달궈진 삭정이 위에서 우렁이 굽는 솜씨는

자수 놓는 예술

잘 구워진 우렁이 속 파내어 먹여 주는 솜씨는

전통 요리사

 

할머니는 어찌하여 옛이야기 저리도 잘 알까

우렁이 굴 때면

아궁이 앞에 모여 앉아 있는 형제에게

긴긴 얘기 들려준다

모내기 한 우리 논에 물이 고이도록

논두렁 물꼬를 몸으로 막았던

어머니의 눈물겨운 농사를 시작으로

주인을 지키려 호랑이와 싸워 이긴 황소나

밤마을 갔다 오다 도깨비와 씨름한 얘기까지

보따리 보따리 풀어 놓는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모두 단막극

살을 빼낸 논두렁 우렁이 속으로 구불구불 들어가

꼭꼭 숨었는데

훗날 글 쓰는 이가 발견하게 되면

텔레비전 속에서 살아니리라. 

 

 

 

 우렁구이 어머니의 농사 논농사 밭농사 전설 동네 이야기 기억력

 

 

육지로 유학 가던 날

 

   선개 뱃삵 목포 안성호 총각 순둥이 선장 자리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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