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시-자연

한라산 구상나무 삭쟁이들

 

 

 

죽어 백 년이 더 슬픈 구상나무

 

미련이란 병인 줄 알면서도

이 땅 애착 너무 많아

아직도 생의 굴레 벗지 못한 채

들릴 듯 말 듯한 호소

어찌 이런 고통 모습 보여야 하나

 

살아 백 년 동안 온몸 바늘 돋친 채

활엽수 그늘 피해 높은 산 위 올라가

수도를 해 보았었다

 

하늘을 존경하는 열매 달고

사철 푸른 기개로 은은한 향기 풍기며

무릇 식물의 지도자로 일생을 봉사했다

 

지구 상에서 존재함에  

원산지 한라산임에도

미국 박물관 재산권 주장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가 되니

할 말을 잊었다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노라고

그것은 아니다

껍질이 벗겨지고 수액이 다 말라도

뿌리가 번민에 쌓여

떠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구상나무

 

비단같이 펼쳐진 능선과 계곡

구름바다의 오묘함

보는 자세도 의젓해

사진작가는

연습 많이 한 모델이라 한다

 

매섭게 추운 날

산신령 입김 한 방 받으면

찬란한 눈꽃 피우니

관객들은

연구 많이 한 예술가라 한다

 

온 산 가득히

눈으로 뒤덥혀 적막해도

홀로 솟아나 주위 살피니

산짐승들은

일등 초병 자임한다고 한다

 

의상 갈아 입지도 않고

위치도 자세도 바꾸지 않는

그대로의 구상나무인데

보는 사람마다

제 멋대로 평가하려 한다.

 

 

 

 

 

'문학 > 시-자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춘이란 존칭  (0) 2014.09.23
5월의 산길을 걸으며  (0) 2014.05.27
여긴 바다야  (0) 2014.04.14
산길 가다가 잠시 멈출 때  (0) 2014.02.18
동백꽃 피어 있는 길  (0) 201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