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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조-삶

[스크랩] 무엇이던 심취해 보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다

취해 보자

 

항시 깨어 있으라 한다

취한 후가 아니면 어떻게 깨일 수 있겠는가

깨어 있기 위해서는 먼저 취해야 한다

 

누룩 냄새만 맡아도

취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마음껏 마시는 것이야 말로 취하는 것이다

 

 감미로운 음악에 빠져드는 것도

취한다고 할 수 있다

가락에 혼을 맡기는 것은 더욱 취하는 것이다

 

요리 냄새에 뱃속이 요동치는 것도

알고보면 취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맛에 미치는 것은 분명 취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에 동요되는 것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취하는 것이다

미인에 취하게 되면 정신도 취하게 된다

 

비단결 감촉이 좋은 것도

취하는 것이다

유행따라 입는 것은 옷에 취했다는 것이다

 

구름위에 눞고 싶은 것도

편안함에 취하는 것이다

육신의 안일함을 추구하는 것이 곧 취한 것이다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도

물론 취하는 것이다

글이 좋다는 이유로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취했다는 것은

욕심이 심신을 지배했다는 것이다

이는 깨이기 위한 과정이다

 

항시 깨어 있기 위해서는

먼저 취해 봤어야만 한다

그래서 말이지 무엇이던 한껏 취해보자

 

                                                                                   유유 시집 <선시 습작노트> 속에서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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