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야생화
2021. 8. 22.
싸리꽃의 회상
싸리꽃의 회상 유유 옛 시골집엔 긴 싸릿대로 엮은 사립문짝 열고 들어가면 마당 한쪽엔 싸리 빗자루 졸고 있고 바쳐놓은 지게의 싸릿가지 바지게엔 땔감용 싸리 서너 단 들어있다 지붕에 펼쳐 놓은 싸리 채반 위에서 빨간 고추는 마르고 뜨락의 싸리 광주리엔 갓 따온 옥수수가 들어 있었으며 부엌 바닥에 있는 싸리 소쿠리에는 저녁 땟거리 감자가 굴렀다 마루 천장에 매달아 놓은 싸리 꼬챙이의 곶감은 다 빼먹었고 싸리꿀 담아 놓은 꿀단지엔 먼지만 자욱한데 싸리 발 사이로 보이는 안방의 싸리 반짇고리는 정겹기만 하다 우리네 살림살이에서 싸리가 있어야 ‘살이’가 되었기에 집 짓는 재료에서부터 어린 순을 먹는 데까지 곁에서 친숙했지만 시렁에 가지런히 놓인 싸릿가지 회초리만은 서릿발이었다. 싸리; 가까운 산에서 자라는 콩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