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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야생화

[스크랩] 백작약의 가슴앓이

 

 

 

백작약의 가슴앓이/유유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수다를 떨기도 하고

방정맞게 몸을 흔들고도 싶은데

산속에서 홀로 고상한 척

품위만 지키며 살라 하네요

 

잠시라도 청순가련형을 벗어나

진한 화장 해 보고 싶고

독한 향수 냄새 풍기고도 싶어요

우아한 자세 떨치고 일어나

흰 적삼 찢어져도 좋으니

왈가닥 놀이도 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태생이 그러면 그렇게 살아야지요

청아하고 고귀한 자태

그것이 백작약의 길이라 하니

바라옵건데 숲 속의 처녀 귀신이나

되지 않게 해 주세요.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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