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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꽃 이름 물어보았네!

 

 

꽃 이름 물어보았네!

 

봄부터 초겨울까지 민둥산 오름엔 아름다운 들꽃들이 많이 피어

오름 길라잡이에게 꽃 이름 물었더니 어떤 꽃 이름이냐고 반문했답니다.

한라산 중 산간 숲 속을 지나다가 묘하게 생긴 꽃을 발견한 후 돌아와

어느 학자에게 이름 질문했더니 식물 전체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꽃을 꺾어 배낭에 넣어서 갖고 다니다가 시든 꽃을 보여주었더니

상식도 없고 하식도 무식도 없는 나쁜 인간이라고 질타를 받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똑딱이라고 부르는 작은 디카를 구입하고 휴대전화도 활용해

꽃모습 담아 보았는데 손톱만 한 작은 꽃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진작가의 조언을 받아 카메라라고 할 수 있는 덩치 큰 기계를 장만하고

꽃과 곤충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접사용 매크로 렌즈를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배낭을 메고 삼각대 위의 카메라에 눈을 대고 서 있는 폼은 그럴듯했으나

그때부터 몸과 마음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야생화는 왜 이리 키가 작아야만 하는지 앉거나 엎드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엔 가시덩굴 많아 옷은 찢기고 얼굴과 손엔 생채기를 내야 했습니다.

습지 식물에 접근하다가 원하지 않는 진흙 마사지와 반신욕도 해야 했고

절벽에 있는 풍광을 앵글에 넣으려다 몇 번을 굴렀는지도 모릅니다.

 

오름과 바닷가에서 들꽃과 눈 맞춤한 후 고운 모습 그대로 영상에 담아 왔지만

이름을 몰라 또 다른 방황이 시작되었고 속 알이 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꽃 이름 질문에 친절한 답변도 있었지만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상처받고

한 번 들은 이름 다시 물어보고 핀잔을 받을 땐 한심스럽기까지 했답니다.

 

반복 학습의 효과란 언제나 있는 것처럼 이름 찾기 요령이 생기기 시작하니

작고 비슷한 단어만 알게 되면 인터넷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들꽃은 종류가 너무 많아 모든 이름 안다는 건 불가능해서

그냥 묶음으로 크게 묶어 대표 이름만을 알기로 하였습니다.

 

먼 곳에서 가져온 들꽃 모습 하나 하나에 이름이 들어 간 글을 넣고보니

모기에게 빼앗긴 피가 아깝지 않고 벌레에게 쏘인 피부도 아물어 버렸습니다.

꽃 이름 물어보다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내공을 깊이 수련할 수 있게 하였고

들꽃과 내가 하나가 되어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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