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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수줍음 많은 자금우

 

 

수줍음 많은 자금우

 

 

부끄러워하는 것도 죄가 될까

잘난 체해야 알아주는 너무나도 뻔뻔한 세상에서

낯가림의 천성을 버리지 못하는

숲속의 요정

 

 

 

 

작다고 생각해서 작게 살려 노력했고

나무 기둥에 살짝 기대거나

큰 바위 뒤로 숨어 보기도 하고

가능한 바닥에 가깝게 붙어살려 하는 존재

 

 

 

 

고운 꽃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진리를 머금은 열매를 맺고도 잎으로 가리려 하고

겨울엔 눈 속에 숨으려 하다가

오히려 흰 눈과 대비되는 붉은 보석을 자랑하는 격

 

 

 

 

그래서 영롱한 열매가 천냥금 만냥금으로 취급되어

화분에 앉아 인형 노릇을 하게 되니

수줍음은 어찌하랴

인간의 심술이 심하고도 심하구나!

 

 

 

자금우;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숲속 나무 밑에 자라는 늘푸른 작은 나무로 지길자, 왜장각이란 이름도 있는데 뿌리가 금빛 소뿔을 닮았다 하여 한약명으로 쓰인 자금우가 그대로 정명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 같지도 않은 기둥에 달린 빨간 열매는 백량금이나 산호수와 비슷하나 크기나 형태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뿌리를 해독제 등 약용으로 쓰여 왔는데 최근에는 열매가 더 중시되어 천냥금이란 이름으로 화분에 키운다. 꽃말은 내일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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