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자연
2020. 11. 4.
불빛 없는 석등
불빛 없는 석등 유유 야밤삼경에 절을 찾는 나그네 있으면 석등에 불을 밝혀주련만 심산유곡엔 길 잃은 영혼 천지라 너무 밝으면 교통대란이 우려된다고 하여 형상만 있어라 석등은 진리를 밝히는 지혜의 상징이면 그만 불빛은 저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으니 굳이 불을 켜 놓으랴마는 봄엔 매화꽃이 여름엔 반딧불이가 가을엔 단풍의 오색 빛이 겨울엔 하얀 눈송이가 서로 불빛이 되어 사바세계의 어둠을 지워주리 그래도 그래도 사찰엔 석등의 불빛이 꼭 필요하다면 해우소에 야명주나 갖다 놓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