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초 단속
유유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면 물결치는 대로
이곳저곳 자유롭게 떠도는 부평초 인생
이젠 안 돼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떠도는 방랑자는 확진시킬 위험인물
나그네도 안 돼
낭만 같은 소리 하지 말라
갈 곳 없는 자는 격리시설로 모신다
누군 정착해서 살고 싶지 않을까
떠돌이의 기구한 운명
부평초로 태어나 여기저기 떠다니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건
사람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
어쩌다가 이상한 괴질이 생겨나
단속 대상이 되었는가
아무리 쇠사슬로 꽁꽁 묶어 놔 봐라
마음만은 유유자적이다.
부평초; 정식 식물명은 개구리밥(좀개구리밥 포함)으로 수평, 머구리밥 등의 이름도 있다. 논이나 연못의 물 위에 사는 수생식물인데 뿌리가 땅에 붙어 있지 못해서 떠돌아다니며 사는 존재의 대명사가 되었다. 가을에 모체에서 생긴 겨울눈이 물속에 가라앉아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물 위로 나와 번식한다고 한다. 개구리가 먹지는 않는데 물에서 나올 때 입 주변에 많이 달라붙어 있어서 이름이 생겼다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