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야생화
2020. 10. 16.
논바닥의 소엽풀
논바닥의 소엽풀 유유 논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어대던 새댁 그랬다 갈라진 다랑논에 물이 찰 때까지 몸으로 물꼬를 막고 있었던 그 억척스러움이 방앗간의 낱알이 되었다 물이 없으면 논이 아니라 밭이라고 했기에 논엔 아낙의 눈물이 가득 넘실거리고 한숨이란 거름이 벼 이삭을 패게 하였는데 그런 사연을 논바닥의 소엽풀이 꼼꼼히 기록해 놓은 사실을 알까 논두렁에 찬바람이 스쳐 지나갈 땐 메뚜기도 떠나고 우렁이는 흙 속으로 몸을 슬며시 숨기고 있지만 소엽풀만은 작은 꽃 피워 농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 아부지가 6·25전쟁 끝 무렵 징집되자 20대의 울 엄닌 충청도 산골 밭 몇 뙈기와 논 세 마지기로 생계를 꾸려나갔는데 가뭄이 들어 다랭이논이 말라가자 아래 논의 힘센 농부가 물꼬를 계속 자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