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시-야생화

타래난초의 수줍음

 

 

 

타래난초의 수줍음

 

                                             유유

 

 

풀 속에 조용히 숨어서

남의 시선 받을세라

곁의 풀잎으로 얼굴 살짝 가리고선

웃는 듯 마는 듯

그윽한 미소 짓고 있구나

 

 

 

 

 

 

 

 

앞으로 나서도 보고 싶고

무슨 말이라도 하며 소리도 듣고 싶지만

부끄러운 마음만 가득

옆으로 뒤로 빙빙 돌고

봉 잡고 오르락내리락 힐끔거리네

 

 

 

 

 

 

 

 

그렇게 기다리던 순간이건만

손발이 떨리고

가슴은 방망이질로 요동치며

두 뺨만 분홍빛으로 물들인 채

정신을 차릴 수 없어라

 

 

 

 

 

 

 

 

풀밭에선 자태가 곱고도 고상해야

난초라고 인정받는다는 말

잊지 않았으면서도

타고난 수줍음을 어쩔 수 없어

실타래꽃이 되어버렸다.

 

 

 

 

 

 

 

 

타래난초; 전국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많이 발견된다. 투구처럼 생긴 작고 앙증맞은 꽃이 나사 모양으로 꽃대를 돌아 올라가면서 피운다. 전설에는 망자의 영혼이 자식 걱정으로 구천을 떠돌다가 백팔번뇌를 하나하나 꽃으로 꼬아가며 복을 빌어 주었다는 말이 있다. 한방에서는 반용삼이라는 약재로 허약체질, 편도선염, 당뇨병에 사용된다고 한다. 꽃말은 “소녀, 추억

 

 

 

 

 

 

 

'문학 > 시-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흥란의 미소  (0) 2022.07.12
작은 빛 역할 실꽃풀  (0) 2022.07.11
남방꿩의다리  (0) 2022.07.07
고개 숙인 땅나리  (0) 2022.07.04
개다래의 과유불급  (0) 202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