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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자연

[스크랩] 천덕꾸러기 계요등

 

 

 

 

천덕꾸러기 계요등

 

봄이 되면

찔레나무 우거진 가시덤불 속에서

사위질빵 으아리 환삼덩굴 벗 삼아

어떤 잎이 자신인지 모르게

얽히고설켜 술래잡기 놀이하고 있다

 

한여름

사철나무 무성한 산울타리 위에서

댕댕이 마삭줄 노박덩굴 경쟁하며

이 줄기 저 줄기 실타래로 엉켜

나무들 목 조이기 연습한다

 

꽃 피우면

숨어 있다 튀어나온 악동 되어

앙증맞은 자주색 눈빛 유혹한 후

고약한 지린내 풍겨버린다 

 

겨울 되어

빼곡했던 주변 존재들 다 사라져도

돌담에 어울리는 것은 이 몸뿐이라며

등황색 열매 떠나보낼 줄 모른다

 

 

 

출처 : 유유의 습작노트
글쓴이 : 봉명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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